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가채점 만점자가 최소 12명 이상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이 지난해보다 평이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도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입시 서열의 정점이라 평가되는 서울 지역 의대생들도 대거 반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기는 극단적 서열주의 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각 입시학원 설명을 종합하면, 2025학년도 수능 가채점 기준 전 영역 만점자는 최소 12명이 파악됐다.
메가스터디교육에서는 인강과 재수종합반을 통틀어 최소 9명의 가채점 만점자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고3 재학생이 4명이고 졸업생 등 N수생이 5명이다.
'족집게 문제'로 알려진 유명 A 재수학원에서는 재수종합반에서만 2명이 나왔다고 밝혔으며, 다른 대형 B 재수학원에서도 1명의 가채점 만점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입시 업계에서는 수강생들 중에 가채점 만점자가 나오면 홍보 등을 위해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지와 언론 인터뷰에 나설 수 있는지 동의 여부를 묻는다.
물론 말 그대로 수험생이 직접 수험표 등에 적어 온 정답을 입력해 채점하는 '가채점' 결과인 만큼 성적 통지표(12월6일)가 나오기 전에는 홍보를 자제하는 편이다.
다만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가채점 만점자가 부쩍 늘어난 경향성은 분명하다. 지난해 수능은 대단히 어려운 '불수능'으로 꼽혔고 채점 결과가 발표되기 전 가채점 만점자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전 영역 만점자는 단 1명이었다. 자율형 사립고인 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한 유리아 씨로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단속 대상인 B 학원을 다닌 재수생이다.
1문제를 틀렸음에도 탐구 선택과목이 달라 유씨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수석'은 같은 학원에서 공부한 이동건 씨다. 대구 경신고를 마치고 성균관대 의대를 다니다 서울대 의대를 노리고 재수한 결과 정시로 합격했다고 한다.
반대로 올해 최종 만점자는 15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입시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올 수능이 끝난 직후 입시 전문가들은 중상위권 이상에서는 어느 정도 변별력을 확보했으나 서울대 의대 지망생 등 최상위권에서는 동점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3 재학생 만점자가 2명 이상 나오는 일반계 고등학교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 만점자 중 고3 현역과 N수생이 차지하게 될 비율도 눈길을 끈다.
N수생이 많다면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 수능' 목적인 사교육 경감 효과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붙을 수 있다.
한 대형 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가채점 만점자 대다수가 수도권 출신"이라고 전했다. 사교육 특구에 만점자가 쏠려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수능 고득점자 가운데 의대생이 얼마나 될지도 주목된다.
가채점 만점자가 파악됐다고 밝힌 각 업체 관계자들은 그 중 현역 의대생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묻자 모두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업체 관계자는 "수능 고득점자 중에 의대생은 무척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의대생들은 지난 2월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휴학계를 냈고, 올해 12월이 가까워 오지만 학사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치동 대형 학원가에서는 의대생인 수강생이 예년보다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말도 돈지 오래다.
수능 만점, 고교 내신에서 '클린 시트'(3학년1학기까지 전 과목 1등급)가 나오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는 서울 최상위권 의대를 가려면 3수는 당연하다는 평가도 있다.
강남 3구에서 의약학전문 재수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8월부터 의대생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지난해에 비해 거의 30~40% 이상 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아이들이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권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며 "왜 왔냐고 물어보니 '어차피 학교 가도 할 일이 없는데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런 말을 아이들이 되게 많이 했다"고 전했다.
서울권 의대생들도 N수 행렬에 뛰어드는 현상을 두고 사교육 업계에서 조차 과잉 사교육을 부추기는 이면에 극단적인 서열주의 문화가 자리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재수학원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옛날과 달리 비교를 너무 많이 하고, 계급을 나누는 문화가 너무 강하다"며 "상위권 대학을 다녀도 자기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만든 문제"라고 말했다.
► [출처] 뉴시스 김정현 기자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