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대입 수시 입학 지원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지원자가 늘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해 지원이 줄 거란 예상과 다른 결과라 이목이 쏠린다.
12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2025학년도 학사과정 입학생 국내 수시전형에 결과 총 4,697명이 지원서를 접수했다. 지난해보다 지원자 수가 9.6%(410명) 증가한 것이다. 수시 최종 경쟁률은 7.98대 1이다. 카이스트가 수시전형 지원이 마감되자마자 지원자 수와 경쟁률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이공개 인재들이 자연대나 공대보다 의·약학 계열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데 대한 카이스트의 위기감이 그만큼 큰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의 학사과정 지원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21학년도 5,687명이었던 학사과정 지원자는 2024학년도에 8,250명으로 증가했다. 4년간 45%가 증가한 셈이다. 정원 내 및 정원 외 전형 지원자까지 모두 포함한 통계다.
석·박사과정 지원자 수도 증가 추세다. 2021학년도 5,992명이던 지원자 수가 2024년도엔 6,783명이 됐다. 특히 외국인 지원자 수가 2021학년도 902명에서 2024년도에 1,370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는 학내 문화를 만들고 입시제도를 다양화한 것이 지원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용현 KAIST 입학처장은 “학생의 진로 선택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무학과 제도를 비롯해 도전을 장려하는 성적 표기 방식 등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기르기 위한 다양한 제도 덕분에 지원자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이스트 입학 후 의약학 계열에 재도전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최근 영재학교, 과학고 입시 방식을 변경하는 등 이공계 전문가로 성장할 우수한 학생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출처] 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